Daily life in the Lab

포닥 생활의 첫 3개월

exc 2023. 6. 26. 08:05

포닥으로 생활하면서 3개월이 훌쩍 지났다.

지내고보니 첫 3개월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수습 기간과 같으면서 적응을 해야 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3개월차에 교수님은 해당 포닥의 평가를 작성해서 학교에 보내게 된다. 이 평가를 기반으로 계속 같이 연구를 하게 될 지 아니면 계약해지가 될 지 결정이 된다.

 

거의 대부분의 포닥들은 통과하게 되지만, 안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우리 실험실에서 발생했다.

계약 해지된 포닥은 이란에서 왔었는데 첫 3개월간 거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받은 프로젝트에 대해 파악하고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교수님이 이 학교로 이동해서 새롭게 오픈한 것과 마찬가지인 실험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특히 어떤 시약들이 있는지 어떤 기기들이 있는지 등은 알아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종일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있을 수도 있고, paper work을 할 경우도 있으니 딱히 아무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켜본 것은 이 친구가 "포닥" 포지션으로 온 것이기에 따로 이야기 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미 석/박사 과정을 진행했었고, 박사인 이 친구를 무시하는 언사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기에 존중의 차원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시간이 지나며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전공이 Bioengineering이고 nanoparticle을 만들었고, bone stem cell에 적용했었다며 소개했던 친구가 cell culture 방법을 모른다던지, 동물실험을 하러 간 경우 mouse가 무섭다면서 하지 않고 보고만 있었던 일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렇구나 생각하며 알려 주었지만, 점점 biology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상한 점을 나만 느낀게 아니었나 보다. 

이 이란 친구에 대해서 교수님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었는데, 그래도 마지막으로 가능성을 보기 위해 혼자 western blot이라는 실험을 세팅하도록 시키셨다. 일주일의 기한을 주었는데 마지막 날 샘플을 준비했었고, 안쓰러운 마음에 옆에서 조금 도움을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도움을 주어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이 친구는 결국에는 실험을 세팅하지 못했다.

 

이후에 일어나던 일들도 굉장히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결국 최대 3개월의 시간을 가지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는 공식레터가 그 친구에게 전달되었다. 이 일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고,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처음 해외에 나와 너무 좋은 마음에 첫 3개월을 잘 보내지 못하면 앞으로의 기회 조차도 잡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포닥은 다음 직업을 잡기 위한 중간단계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또한 교수에게는 노동자로써, 미래의 동료로써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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