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in the Lab

연구년에 postdoc으로 온 교수님

exc 2023. 7. 22. 21:50

교수로 재직하는 분들을 보며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제도가 안식년 (연구년, sabbatical) 제도였다.

보통 6년을 근무하고 나서 다음 1년을 재충전을 위한 안식년으로 사용하는데, 그 동안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연구가 있거나 아니면 새로운 연구 기술을 익히기 위해 다른 교수의 실험실로 visiting scholar를 가기도 한다. 이 경우 J1 비자를 받아 가는 것은 동일하지만, 보통 급여가 학교에서 또는 병원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연수하러 가는 곳에서는 무급으로 일하게 된다. 옆에서 교수님들이 이렇게 안식년 가는 경우를 직접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우리 실험실에 이런 교수님이 한 분 들어오셨었다. 

처음 우리 실험실에 왔을 때에는 교수님인 줄 몰랐다. 단순히 '포닥 한 명이 더 오는 구나'하고 생각을 했었다. 심지어 교수님도 우리에게 M이라는 포닥이 한 명 더 6월에 올거다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 와서 고생했으니 적응 잘 하도록 알려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그 분이 미국으로 오기 전 이메일로 가끔 연락을 주고 받았다. 처음 만나서는 그저 반갑다고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교수님과 이야기하면서도 팔짱을 끼고 무슨말 하는지 들어보자 하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듣고, 뭔가 포닥이라기에는 궁금한 것도 없고 결과를 내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나갔고, M이 원해서 내가 실험하는 것을 옆에서 보게 된 적이 있었다. 다들 퇴근하고 실험실에는 나와 M, 둘만 남겨져 있어서 실험하며 질문을 했다. 전공이 뭐냐는 질문부터 하게되었는데 뜬금없이 marine biology를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우리 실험실에서 첫 3개월을 잘 보내지 못한 S가 생각이 났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신은 현재 1년짜리 비자가 나왔다면서 innate immunity에 관심이 있어서 배우러 왔고, cancer나 mouse 실험같은 것은 별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다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sabbatical 왔냐고 했더니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교수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음 날, 교수님과 상의할 것이 있어서 물어보러 갔다가 생각난 김에 앞으로 이 분이 어떻게 지낼 것인지를 같이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자신도 교수신분을 유지하고 온 줄 몰랐다면서 postdoc으로 채용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연구년으로 온 사람들은 visiting scholar로 와야 하는데 왜 포닥으로 지원했는지 의아해 하셨다. 이 부분은 학교에서 신원확인을 하면서 드러나게 되었는데, 현재 학교 HR과 같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상의를 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이 급여의 문제였고, postdoc으로 채용되었기 때문에 급여가 지급되어야 하는데 이미 자신의 나라에서도 고용되어 있기 때문에 이중으로 급여가 지급되지 못한다는 부분이었다. J1 비자의 규칙상 sponsor 해주는 기관에서만 급여를 받게 되어있고,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복권을 사서 돈 버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처음 포닥을 지원할 때 학교에 온라인으로 신청서 작성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서 자신이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에서도 DS-2019 등의 서류를 지원하는데 이 때 M은 포닥으로 지원을 하고 여러 문항들에 거짓 정보를 작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그 정보를 바탕으로 DS-2019 를 발급했고, onboarding 과정에서 사실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현재 M은 학교에서 공식 레터를 받고 상호 계약해지가 되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안좋은 일이 생겨서 마음도 그리 좋진 않다. 이런 과정을 보며 미국 교수님들이 인터뷰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지난번 이란 친구도 그렇고 이번에 M도 그렇고 사람을 채용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오랫동안 함께할 사람들이 뽑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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